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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 이기라

이동수 시인 2026. 5. 23. 15:35

 

식사 후 입을 닦은

화장지가 무슨 죄일까

 

좋은 일 하고서도

버림을 받는 모순

 

저 아예

눈물의 항변

젖어 있는 물 티슈

 

이나 저나 이용만 당한

세상의 온갖 휴지

 

거두어 다 품어 주는

천사 한 분 계시다

 

자리도

구석진 자리

거룩하신 성자여.

 

 

-포용의 아름다움 이 시조를 읽고 대뜸 떠오른 인물이 예수 그리스도였다. “좋은 일 하고서도 / 버림을 받는 모순을 대표할 만한 인물로 예수만 한 인물이 어디 있으랴. , 베드로, 사도 바울 같은 인물도 떠오른다. 우리 역사상의 인물 중에도 최영, 정도전, 임경업, 이순신, 김덕령 등 한두 명이 아니다. 물론 이 시조는 그런 인물을 염두에 두고 쓴 시조는 아니다.

 식당 구석에 놓여 있는 휴지통은 손님이 식사 후에 입을 닦은 화장지나 물 티슈를 버리면 거것들을 거두어 다 품어 주는 / 천사같은 분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간혹 이런 분을 볼 수 있다. 소록도에서 40여년 동안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다 거동이 불편해지자 몰래 본국으로 돌아간 오스트리아 수녀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렛 같은 분이야말로 이 이미지에 딱 맞다. 아프리카 수단의 톰즈에서 현지인들을 살신성인의 자세로 돌보다 돌아가신 이태석 신부님도 그런 분이었다. 이 세상에는 이렇게 이타주의를 실천하는 분들이 계시다.

 그런데 이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권력을 가진 자나 금력을 가진 자만은 아니다. 거룩한 일을 하신 분들도 계시지만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장삼이사張三李四 같은 존재들이 있다. 이른 아침에 청소차를 오르내리면서 쓰레기를 수거해가는 분들이 없다면? 30도가 넘는 기온에도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없다면? 물건을 우리 집 앞까지 배달해 주는 분이 없다면? 거리에서 교통 정리하는 분들이 없다면? 구석진 자리를 지키는 거룩하신 성자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이승하,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120’. 코리아아트뉴스2025. 6.28.)